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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길수 도의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해야"

전라남도위회 정길수 의원

이민행 대표 | 입력 : 2023/08/11 [06:25]

기고-예비타당성조사 제도, 지역균형발전 위해 당장 손봐야 한다

전라남도의회 정길수 의원

"예타 개선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을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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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타당성조사(이후 ‘예타’)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되었다.

 신안 퍼플섬을 잇는 ‘천사대교’는 예타 경제성 항목에서 번번이 낙제점을 받으며 추진이 수차례 무산됐다. 경제성 평가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늘 우리 지역에 불리하게 적용됐다. 그러다 결국 2009년 정책적 결정으로 추진되어 2019년 4월에서야 겨우 완공되는 긴 마라톤을 겪어야 했다.

 어렵사리 추진된 신안 ‘천사대교’는 개통 이후 방문객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평일 1만1천대, 주말 1만4천대 차량이 오가며 신안의 전남 대표 관광지가 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퍼플섬 방문객은 지난 2014년 1만4,981명에서 2022년 28만7,197명으로 1,817%가 늘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신안 퍼플섬’은 보라색의 이색적인 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2021~2022년 꼭 가봐야 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었고,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가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예타에서 수차례 탈락했던 신안 천사대교 성공 등, 과연 지금의 정부 예타 잣대가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예타 경제성 평가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역으로 수도권(인구의 50.52% 거주)에만 유리하게 적용돼 투자를 집중시켜 지역불균형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지역 균형발전 등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지역 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수도권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 중심으로 평가하고, 비수도권은 경제성 비중을 최대 45%까지 낮추고 정책성·지역균형발전 비중을 최대 55%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비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경제성 평가 비중이 종합 점수에 미치는 비중이 높아 제도개선 취지의 실효성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타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노후 시설 유지 보수 등은 갈수록 수요가 증가함에도 현행 제도로는 지역균형 발전은커녕 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로 비수도권의 지방 소멸과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예타 대상사업 기준도 문제시되고 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의 기준은 1999년 도입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예타 대상사업 기준이 24년간 못 박혀 고정 적용되는 동안,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 및 재정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로 말미암아 각 지자체에서는 예타 통과만을 위해 사업비를 무리하게 축소하거나, 릴레이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예타 면제’에만 집중하는 본말이 전도되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현 예타 제도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총사업비 1천억 원 이상, 국가재정지원 규모 500억 원 이상 상향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올해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총선을 1년 앞두고 선거용 선심성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야가 합심해 기준을 바꾼다는 비판이 일자 결국 상정이 연기됐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일이 작을 때에 처리하지 않다가 나중에 가서는 쓸데없이 큰 힘을 들여 처리하게 된다는 의미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눈치만 보고 미루다가 가래로 막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의 예타 기준을 현실화하고,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는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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